근대성 담론과 계몽의 의미
- Hyun Lee
- 2017년 1월 12일
- 2분 분량
오늘날의 계몽은 ‘지식의 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침’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중심주의, 양화와 계산 가능한 과학에 대한 신뢰, 진보에 대한 믿음 등 근대성 전체를 떠받치는 이념으로 기능한다.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에 따르면 자연을 오직 유용성의 관점으로만 사고 하는 것을 도구적 이성이라고 명명했다. 그들은 산업사회, 특히 2차 세계대전은 도구적 인성의 폐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들의 따르면 서구의 근대성이 파탄에 이르는 장면은 곧 계몽의 궁극적 이념이 배반당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버마스는 ‘합리성’에 관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이해가 지나치게 편협하다고 지적하면서 도구적 합리성과 대비되는 ‘의사소통적 합리성’ 개념을 제안했다. 도구적 합리성의 영향권을 부정하진 않지만, 도구적 합리성은 오직 경제와 행정에서만 국한 될 뿐,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의사소통적 합리성이다. 그는 도구적 합리성이 일상세계를 침범하는 현상을 생활세계의 식민화라고 명명했다. 그의 주장은 원래 서구의 근대는 의사소통적 합리성으로 출발했으며 도구적 합리성도 여기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정상적으로 커진 도구적 합리성이 생활세계를 침범해 근대 역설을 낳았으며 산업사회의 위기는 여기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의사소통의 합리성은 언어 및 행위능력이 있는 주체들이 어떤 것에 관해 서로 소통과 합의를 시도할 때 성립되는 합리성이다. 이 개념을 바탕으로 비언어적 매체에 의해 행위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체계, 언어적 의사소통을 통해 행위 조정을 이루는 것을 생활세계라고 구분 지었으며, 소통과 합의를 통해 공통된 규범적 규칙을 만들어 나감으로써 근대서의 과업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의사소통행위이론은 어떤 공유되는 담화규칙이 전제해야 하는데, 그 담화규칙 자체의 정당성은 질문할 수 없다는 난제가 생긴다. 즉 그의 이론체계에서 소통과 합의는 오직 담화규칙 내에서만 유용하다는 점이 계몽주의가 가지고 있는 이분법적 논리를 극복하지 못했다.
푸코는 하버마스와 달리 이성과 합리성이라는 이념을 해체하려고 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주체로 인식하게 한 역사적 배치에 대한 권력의 미시 물리학적 접근이라는 시각으로 계몽주의를 분석했다.
푸코에 따르면 권력은 과거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와 달리 소유물 개념이 아닌 수행과 전략의 관점, 즉 권력 작용의 관점으로 이해했다. 권력은 점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배치와 조작하는 기술과 기능에 의해 효과가 발휘된다고 말했다. 권력의 움직임이 새로운 지식의 대상을 생산/형성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서구인들이 말한 보편적 이성이라는 이념은 특정한 시대의 권력-지식 연계가 만들어낸 효과이며 이와 다른 담론체계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억압하게 된다고 보았다.
푸코의 방법론은 특정한 규범, 진리가 보편성을 지니는 이유를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탐구 방법으로서 이러한 방식을 계보학적 분석, 혹은 고고학적 분석이라고 한다. 또 다른 말로는 권력의 미시 물리학이라고 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이성과 비이성, 정상과 광기라는 분할은 역사적 구성물이라고 말하며, 이러한 역사적 제한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사고하려고 했다.
하버마스나 푸코 둘다 과거 근대성이 만든 문제들에 대한 반성적 태도로 나온 사유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서구적 관념 틀안에서 논리를 전개하고 있으며 푸코 마저도 유럽(특히 프랑스)의 미시적 접근에서만 탐구했기 때문에 비서구권의 담론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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